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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초보/무전여행 - 통영to부산

부산까지 걷다 - 첫날(1)

yundabal 2017. 8. 25. 17:41

 부산까지 걷다 - 첫날(1)


 나는 걷는게 좋다. 그냥 틈만나면 걸었다. 가령 공부에 집중이 안 되거나 그 애가 내 고백을 거절할까봐 불안하거나 그럴 때 나는 밖에 나가서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하는게 가만히 있는 것 보다 더 집중이 잘 되곤 했다. 그렇게 걷기 좋아하는 내가 도보여행을 떠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막연히 떠나야지 하던 중에 인터넷에서 무전여행 기행문을 읽게 되었는데 이거다 싶었다. 그래. 무전여행을 떠나는 거야~!


 어느새 내 나이 28살. 더 이상 미룰수가 없다. 나는 베스트 브라더인 영민이와 함께 무전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출발지는 통영 도착지는 해운대로 고민없이 바로 정해버렸다. 왜 저 곳들이냐고? 저 곳들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장소니까. 그 동안 한번도 혼자 여행을 떠나본적이 없는 나도 알고 있는 장소니까!


 그리고 2011년 6월 1일 드디어! 우린 서울을 벗어났고 고속버스를 타고 약 5시간 정도 걸려서야 통영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우린 점심을 라면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편의점으로 향했다.



[우리의 첫 끼니!]

잠깐. 무전여행인데 왜 돈을 쓰냐고? 그건 무전여행이 아니지 않냐고? 사실 진짜로 무전여행을 하려면 여행 도중에 알바를 하거나 식당에 들려서 밥좀 한끼 주십사 부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알바를 하면 시간이 지체되어 멀리 못 나갈 것이고 식당에 들리는 건 꼭 구걸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룰을 정한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하루 쓰는 돈을 5천원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사실 무전여행인데 5천원도 많아 보이긴 하지만 어쩌겠어. 난 혹시 몰라서 여행 떠나기 전에 틈틈히 호텔 단기 알바를 해서 돈도 조금 있었다. 여행 가방과 침낭 등 준비문들을 사도 상당한 돈이 남아서 굳이 아낄 필요도 없고......


 "형. 통영까지 왔는데 우리 이 근처로 한 군데는 가봐야지! 이때로 그냥 떠나면 아쉽지 않아?"


 영민이 말이 맞다. 우린 편의점을 나와서 '통영관광지도'를 통해서 터미널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곳을 찾았다. 남망산이라는 곳이 다른 곳들보다 비교적 가까웠다. 바다로 유명한 곳인데 산을 가는 것이 조금 꺼림직했지만 다른 곳들이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다.


 남망산으로 걷기 시작한지 10분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어깨가 너무 아팠다. 생각보다 배낭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어깨끈이 살을 파고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방 무게가 상당했다. 옷들에 세면도구에 신발에 침낭까지 안 무거운게 이상하지. 영민이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배낭에서 물통을 빼고 손에 들고 걸어 갔다.


 "형. 이대로는 무리야..."


영민이의 빠른 GG 선언에 얼마나 웃기던지 나는 하하하 웃어버렸다.. 5시간 걸려서 온 통영에서 10분만에 포기를 선언한게 웃기지 않은가.



[10분만에 느낀 한계에 잠시 쉬다.]

우린 이름 모를 다리 위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가방을 들쳐 어깨에 맸다. 나는 이전까지는 사용하지 않았던 배낭의 허리끈과 가슴끈을 꽉 조여매었다. 그러니까 확실히 어깨로 가는 부담이 분산되어 어깨가 덜 아프다. 영민이도 나를 따라 매보더니 아까보다 훨씬 괜찮다고 한다. 아. 집에서 한번만이라도 배낭 매 볼껄. 살짝 후회가 된다.


[관광통영!]

한참 걷다 보니 이건 뭐 합정이랑 비슷하다. 이마트,롯데마트 각종 편의시설까지... 서울과 다를게 없잖아? 난 마치 합정에서 여행하는 동남아 외국인 같았다. 통영 주민들이 우릴 보면 얼마나 촌스럽게 보일까? 갑자기 너무 익숙한 광경에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걷는 건 멈추지 않았다. 일단 단순히 걸기 위해서 온 여행이니까 주변이 어떠하든 크게 상관은 없다. 


 때마침 시간이 늦은 오후라서 집으로 가는 통영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우린 왠지 앞서 설명한 이유의 창피함을 느끼면서 남망산으로 걸어갔다. 한 두시간 정도 지났나. 막상 도착한 남망산에서는 별로 볼 게 없었다. 그냥 동네 뒷산과 크게 다를게 없다. 여기를 가느니 차라리 선유도공원으로 가겠다. 아. 다른데 갈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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