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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까지 걷다 - 넷째 날(5) 본문
부산까지 걷다 - 넷째 날(5)
어제보다는 확실히 마음이 여유롭다. 빠르게 걸으나 느리게 걸으나 어차피 오늘 안에는 무조건 도착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걷다 보니 어느새 진해대로가 끝나버렸다.
<낙동남로 출현이요~!>
그러나... 진해대로와 비슷한 길이를 자랑하는 낙동남로가 우리를 맞이했다. 진해대로는 위험한 갓길이었지만 낙동남로는 두 사람은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인도가 있다는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젠 차 신경 쓰지 않고 걸을 수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더 지겹다는 거다. 갓길은 그래도 차에 치일까 가슴 졸이며 온 신경을 발끝에 두고 걸어서 시간이 나나마 잘 갔다. 그런데 저런 안전하지만 지루한 길이 몇 시간째 쭉 이어진다고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연속 두 번의 긴 도로 출현에 그로기 상태에 빠지다>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터진 듯한 기분이다. 여행 첫 날에 쉴 때는 어디 잠깐 걸터 앉았었고, 여행 중간 쯤엔 길바닥에 주저 앉았었다. 지금은 길 '한복판'에 그냥 앉아서 쉰다. 여행 막바지가 되니 주변 사람들 눈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사실 그 눈들도 주변엔 없긴 했다. 이렇게나 잘 닦인 좋은 길 위에는 우리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 통영에서 출발할 때의 할 수 있다는 의지로 가득했던 눈빛은 어디 갔다더냐... 침낭을 버리기 전보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건 기분 탓이더냐... 우리는 도대체 왜 하필 이 길위에서 걷는 것이더냐!
영민이와 나는 대략 5년 전부터 한강공원 계단 위에서 아무렇게나 주저 않아서 치맥을 하곤 했다. 그리고는 우리의 미래를 굉장히 궁금해했다.
우리 취직 했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 곳에 앉아 있을까?
그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궁금하다. 우리가 과연 서로가 사회인이 되었을 때, 더 나아가 서로의 꿈을 이뤘을 때의 모습이 말이다. 우린 마냥 즐거워하고 있을까나? 직장인이 되면 무조건 스트레스를 받겠지? 그럴 때는 내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쥐고 흔들면서 맥주를 시원하게 원 샷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그 때의 모습이 어떨련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앞의 두 갈래길 앞에서도 헤매이는 나와, 2년 동안의 결실이 맺어질까 애타게 기다리는 영민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냥 걷는 것 뿐. 부디 해운대에 도착했을 때는 이런 막막함이 잠깐이나마 해소되기를!
나는 여행 중간중간에 네이버지도를 자주 확인했는데, 어느덧 우리가 부산에 들어와 있었다.
"헉. 여기 부산이네?"
"어. 내가 아까 말했잖아. 부산인 것 같다고."
허무하듸 허무하다. '부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표지판이 있으면 사진 좀 찍고 좋아하려고 했는데 정말 허무하게 부산에 도착해버렸다. 우리 같은 무전여행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표지판 좀 누가 좀 만들어놓지... 언젠가는 내가 조그마한 이정표라도 세워 놓으리라.
자! 부산에 왔으니 이제 남은건 해운대 밖에 없다.
<하구둑>
하구둑을 지나니까 시원한 바닷 바람이 불어왔다. 그 동안의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줘서 매우 상쾌했다.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일 뿐.
"아 추워!"
영민이는 추워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걸었다. 어째... 똑같은 길을 걷는데 우리의 반응은 정 반대군...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제 바다가 보이는 것을 보니 거의 다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부산의 부둣가>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니까 걸을 맛이 난다. 갈매기의 끼룩끼룩 울음소리도 니네 참 독하다라는 감탄사로 들린다. 이런저런 다리를 걷다보니 중간에 길이 햇갈리기도 했지만 네이버 지도 덕분에 무사히 돌파했다. 만약 네이버 지도가 아니었으면 우린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무단 횡단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반전 도로가 있다니요?>
좀 신기한 길을 만났다. 생긴 것은 양화대교랑 비슷했는데 바로 우측에 저런 나무숲 길이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우리는 초록길로 향했다. 여행 초반에는 저런 길들만 걸어서 지겨웠었는데, 이젠 반가운걸 보니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기적이다.
<이게 무슨 포즈일까?>
이제 정말 거의 다 온 것 같다... 윤규야.. 좀만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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